터키 동부의 산악지대에서 시작한 두 줄기의 강이 시리아 북부와 이라크를 지나 걸프 지역으로 흘러간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다. 두 강은 오랜 세월 물과 비옥한 흙을 실어 날랐다. 사람들이 강 주변으로 모여들어 농사를 짓고 마을을 이루었으며, 마을은 점차 도시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류의 아주 오래된 문명이 태어났다. 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메소포타미아’다.
이곳에 정착한 수메르인은 오래된 문명을 건설했고, 그 뒤를 이어 아카드인과 바빌로니아인, 아시리아인, 칼데아인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랍인들이 이 땅에 또 다른 문명을 꽃피웠다.
[생명의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는 이 두 강을 따라 수천 년의 시간을 여행하는 책이다. 여행의 시작에는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 동서 문명이 만났던 알레포와 고대 아시리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술을 지나고, 살라딘의 고향 티크리트를 만나게 된다. 바그다드에서는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바빌론에서는 다시 인류의 오래된 문명 속으로 들어간다. 이어 안나자프를 지나 바스라에 이르면 이슬람의 종교와 학문, 천일야화 속 신드바드의 이야기까지 펼쳐진다. 두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만으로 인류 문명의 오래된 시간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아의 방주를 찾아 두 강의 오래된 시간 속으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따라가는 여행의 첫머리에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노아의 방주다. 성서에는 대홍수를 피해 방주에 오른 노아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방주가 정박했다고 알려진 아라라트산을 여러 차례 탐사하며 그 흔적을 찾았다. 여러 단서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아직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주를 둘러싼 탐사와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생명의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는 이 오래된 이야기에서 두 강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 이유는 두 강 주변에 남아 있는 것이 역사적인 유적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진 신화와 전설, 종교의 이야기가 실제 도시와 문명의 역사에 겹겹이 쌓여 있다.
노아의 방주와 대홍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강 사이의 땅으로 시선이 향한다. 사람들은 왜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서 오래된 문명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 신화와 전설에서 시작한 여행은 그렇게 조금씩 실제 역사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제국이 지나간 도시에는 서로 다른 시대가 남아 있다
유프라테스강 인근에 자리한 알레포는 오랜 세월 동서 문명이 만나는 곳이었다. 기원전 2000년 무렵부터 상업과 무역,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동서 문명의 교차로에 자리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여러 세력이 이 도시를 차지하려 했다.
히타이트와 아시리아, 페르시아를 비롯해 몽골과 이집트,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력이 이곳을 거쳐갔다. 그 긴 역사는 도시 곳곳에 서로 다른 모습의 유적으로 남았다.
알레포에서 모술로 이동하면 시간은 다시 고대 아시리아로 향한다. 모술 맞은편에는 한때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였던 니네베의 유적이 남아 있다. 책은 이곳에서 아시리아 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예언자 요나의 이야기와 니네베 유적이 발견되는 과정까지 함께 들려준다.
그리고 두 강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티크리트에 도착한다. 이 작은 도시에서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인물을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은 아이유브 왕조를 세우고 이슬람 세계의 영웅으로 기억되는 살라딘이다. 다른 한 사람은 이란-이라크 전쟁과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근현대 이라크의 역사와 연결된 사담 후세인이다. 같은 도시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에 남은 모습은 크게 다르다.
이처럼 두 강을 따라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한 장소에 하나의 역사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도시일수록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 제국의 시간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다.
바그다드에는 세계의 지식이 모여들었다
두 강을 따라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바그다드다. 762년 압바스 왕조의 수도가 된 바그다드는 크게 번영하면서 이슬람 세계의 중요한 문화도시가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종교와 민족을 넘어 여러 지역의 학자들이 바그다드에 모여 연구하고 지식을 나누었다.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와 인도 등지의 고전 저술을 수집하고 정리한 뒤 아랍어로 번역하면서 과학과 문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지식이 한곳으로 모이고, 번역을 통해 다시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곳에서는 문학도 꽃피었다.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천일야화의 배경 역시 바그다드다. 학자들이 모여 지식을 연구하던 도시와 수많은 이야기가 태어난 도시가 같은 공간에 겹쳐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바그다드의 역사가 언제나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1258년에는 훌라구의 침략을 받았고, 1401년에는 티무르가 이곳을 공격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917년에는 영국에 점령되었다. 1921년 이라크가 독립을 선언한 뒤에는 다시 이라크의 수도가 되었다. 번영과 파괴, 지배와 독립이 반복되었지만 도시는 다시 살아났다. 그래서 바그다드의 역사는 한때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이어져온 도시의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바빌론에서는 인류 문명의 오래된 흔적을 만난다
바그다드에서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빌론과 메소포타미아의 오래된 문명이 기다리고 있다. 유프라테스강가에 자리한 바빌론에서는 세계사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던 이름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길가메시 서사시와 함무라비 법전이 있고, 공중정원과 바벨탑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 강 사이의 땅에 자리 잡은 수메르인이 오래된 문명을 건설했고, 이후 아카드인과 바빌로니아인 등이 그 문명을 이어받아 발전시켰다. 바빌론은 그렇게 오랜 세월 축적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화려하게 꽃핀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책은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해 사르곤의 전설과 바빌로니아의 역사로 이어지고, 함무라비와 그의 법전, 네부카드네자르 2세와 공중정원, 바벨탑의 이야기를 차례로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래된 문명을 하나의 완성된 모습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된다. 한 민족이 모든 것을 만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앞선 사람들이 남긴 것을 다음 사람들이 이어받고 자신들의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면서 문명이 계속 이어졌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한때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했던 바빌론도 19세기 이후 여러 학자와 탐험가의 노력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땅속에 묻혀 있던 유적이 발굴되면서 기록과 전설 속에 남아 있던 도시가 다시 실제 역사의 공간으로 돌아온 것이다.
바빌론을 여행한다는 것은 그래서 오래된 유적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두 강 사이의 땅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문명을 만들고, 다음 세대가 그것을 어떻게 이어갔는지를 찾아가는 일이 된다.
오래된 문명의 땅에서 새로운 이슬람 문화가 꽃피다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는 수메르와 바빌론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민족과 제국이 이 땅을 거쳐갔고, 7세기 이후에는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아랍인들이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안나자프다. 이곳에는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가 묻혀 있다. 그의 죽음은 이슬람 세계에서 순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오늘날 안나자프는 시아파의 중요한 성지로 남아 있다.
안나자프를 지나 두 강의 하류로 내려가면 바스라에 도착한다. 2대 칼리프 우마르 1세가 건설한 바스라는 오랫동안 무역과 종교,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는 종교와 사상이 발전했고, 하디스학과 교의학, 언어학과 문학에서도 중요한 학문적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바스라에는 조금 더 친숙한 이야기도 남아 있다. 신드바드다. 신드바드 이야기의 주인공인 뱃사람 신드바드는 바로 이 항구에서 일곱 번의 항해를 시작한다.
이렇게 두 강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고대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서로 단절된 역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수메르와 바빌론의 오래된 시간을 지나 바그다드의 학문과 천일야화를 만나고, 다시 바스라에서 신드바드의 항해를 떠올리게 된다. 시대는 달라져도 같은 땅에서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도시와 문화,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두 강이 흐르는 곳에서 문명도 계속 이어졌다
[생명의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를 따라온 여행을 돌아보면 수많은 문명과 도시가 지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그 오랜 역사가 왜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다음 시대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있었다. 두 강이 가져온 물과 비옥한 흙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짓고 물건을 나누면서 마을이 생겼고, 그 마을이 도시로 성장하면서 문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문명의 길은 언제나 평온하지 않았다. 수많은 민족과 제국이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고, 도시가 파괴되었다가 다시 세워지는 일도 반복되었다. 새로운 종교가 등장하고 갈라지기도 했으며, 근대에 들어서도 이 지역은 여러 전쟁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두 강은 계속 흘렀고, 사람들은 그 곁에서 다시 삶을 이어갔다.
[생명의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는 산수야 출판사의 ‘문명의 강’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세계의 중요한 강을 따라 인간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이 시리즈에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는 문명이 어떻게 태어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강이다. 두 강 사이에서 수메르 문명이 시작되었고, 아카드와 바빌로니아, 아시리아를 비롯한 여러 문명이 그 뒤를 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랍인들이 이슬람 문명을 꽃피우면서 바그다드와 바스라를 새로운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길가메시 서사시와 함무라비 법전, 바벨탑과 공중정원, 천일야화와 신드바드가 더 이상 서로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그 사이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모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가 흐르는 땅에서 사람들이 만들어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왕조는 사라지고 제국은 무너졌다. 도시도 여러 차례 파괴되고 다시 세워졌다. 하지만 강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강가에서 앞선 시대가 남긴 것 위에 다시 자신의 삶과 문명을 만들어갔다.
[생명의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는 두 강의 물길을 따라가며 인류의 오래된 문명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문명이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를 만나면서 어떻게 다음 시대로 이어져왔는지를 쉽고 흥미롭게 만나는 책이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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