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로 거대한 강이 흐른다. 강물이 닿는 곳에는 푸른 생명이 자라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마을을 이루었으며, 그 마을은 점차 도시로 성장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강 주변에는 거대한 신전과 피라미드, 수많은 석상과 유적이 세워졌다. 나일강과 이집트 문명이다.
[풍요의 강 나일]은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의 긴 시간을 여행하는 책이다. 나일강에는 백나일강과 청나일강이라는 두 개의 큰 물줄기가 있다. 열대 중부 아프리카의 산지에서 시작한 백나일강과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흘러나온 청나일강은 서로 다른 길을 지나 수단의 하르툼에서 만난다. 하나가 된 나일강은 광활한 사막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흐르고, 그 물길을 따라 찬란한 문명의 흔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집트 남쪽 아스완에서는 아부심벨 신전과 필라이 신전을 만나고, 룩소르에 이르면 신왕국 시대의 거대한 신전과 왕들의 계곡이 기다린다. 멤피스와 기자에서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속으로 들어가며, 카이로에서는 이슬람 문명의 시간을 만난다. 그리고 긴 여행의 끝에 도착하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지중해와 만난 이집트의 또 다른 역사가 펼쳐진다. 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수천 년에 걸친 이집트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스완에서 나일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아스완을 만나게 된다. 이집트 최남단에 자리한 아스완은 나일강 상류의 문명이 발달했던 곳으로,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아부심벨 신전이다.
책은 이곳에서 람세스 2세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그의 군사적 업적과 파라오로서 남긴 흔적을 살펴보면서 아부심벨 신전이 세워졌던 고대 이집트의 시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다시 강을 따라가면 필라이 신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아스완에는 수천 년 전에 세워진 신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거대한 건축물인 아스완하이댐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대의 신전과 현대의 댐이 같은 나일강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서로 전혀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나일강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집트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풍요의 강 나일]의 긴 시간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룩소르에 들어서면 파라오의 시대가 펼쳐진다
아스완을 떠나 나일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룩소르에 도착한다. 고대에는 테베라고 불렸던 곳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고대 신전들이 남아 있다.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 멤논의 거상을 따라가다 보면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가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조금씩 만나게 된다.
책은 당시 사람들이 섬겼던 아몬 신을 비롯해 고대 이집트의 신들과 그 시대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그리고 룩소르의 이야기는 왕들의 계곡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수많은 파라오의 무덤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책이 자세히 들여다보는 인물이 투탕카멘이다.
투탕카멘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있고, 오랫동안 모습을 감추고 있던 그의 무덤을 발견한 카터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파라오의 저주에 얽힌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왕들의 계곡은 수천 년 전의 역사와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 된다.
거대한 신전과 석상,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왕들의 무덤을 따라가다 보면 고대 이집트의 역사가 오래된 기록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룩소르에는 여전히 파라오의 시대가 곳곳에 남아 있다.
피라미드 앞에 서면 수천 년 된 질문이 시작된다
나일강을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대 이집트의 또 다른 중심지였던 멤피스와 피라미드의 세계가 나타난다. 멤피스는 5,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도시로, 고대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수도였다.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세력이 이곳을 지나갔고 도시는 결국 사라졌지만, 그 주변에는 지금도 거대한 피라미드가 남아 있다.
피라미드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왜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누가 만들었으며, 당시 사람들은 그 많은 돌을 어떻게 옮기고 쌓았을까. [풍요의 강 나일]은 바로 이런 궁금증을 따라 피라미드의 세계로 들어간다. 파라오의 장례와 미라를 살펴보고, 피라미드와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본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태양선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일 뿐이었을까. 누가 피라미드를 지었으며, 그 거대한 건축물은 어떻게 완성할 수 있었을까. 수천 년이 지났지만 피라미드를 둘러싼 궁금증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피라미드는 과거의 유적인 동시에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 수수께끼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삶과 믿음, 그들이 이루었던 문명의 모습에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파라오의 시대가 지나도 나일의 역사는 계속된다
피라미드와 파라오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이집트의 역사를 고대문명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일강을 따라가는 여행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여러 세력이 이집트를 지배했고 새로운 종교와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역사의 중심도 새로운 도시로 옮겨갔다. 카이로다.
책은 이곳에서 이집트에 뿌리내린 아랍 왕조와 이슬람 문명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이슬람교가 자리 잡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신전과 피라미드로 대표되던 고대 이집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집트를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라딘이 등장한다. 새로운 왕조를 세운 그의 삶을 통해 당시 이집트와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고, 다시 무함마드 알리와 그의 사원에 이르면 이야기는 근대 이집트로 이어진다.
파라오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이집트의 역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왕조가 달라지고 종교와 문화가 바뀌어도 사람들은 나일강 주변에서 계속 살아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새로운 도시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카이로에 이르면 이 책이 고대 이집트의 신비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분명해진다. [풍요의 강 나일]이 따라가는 것은 어느 한 시대의 이집트가 아니라, 나일강 곁에서 이어져온 이집트의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일이 지중해와 만나는 곳에서 또 다른 이집트를 만나다
긴 여행의 마지막에는 알렉산드리아가 기다리고 있다. 광활한 사막을 지나온 나일강은 이집트 북쪽에 넓고 비옥한 삼각주를 만들고 마침내 지중해와 만난다. 그곳에 자리한 도시가 알렉산드리아다.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하면 지금까지 보아온 이집트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등장하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를 만나게 된다. 책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과 삶을 따라가면서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와 죽음의 수수께끼를 함께 살펴본다.
알렉산드리아에는 또 하나의 오래된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고대 세계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파로스 등대다. 등대는 무너져 사라졌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와 흔적은 알렉산드리아의 오랜 역사를 전해준다. 나일강의 끝에서 만나는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가 사막과 피라미드만의 세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일강이 지중해와 만나는 이곳에서 이집트의 역사는 더 넓은 세계와 이어진다. 아스완에서 시작한 긴 강 여행이 마침내 바다를 향해 열리는 것이다.
사막을 흐르는 강은 사람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풍요의 강 나일]을 따라온 여행을 돌아보면 먼저 거대한 유적들이 떠오른다. 아부심벨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이 있고, 왕들의 계곡과 피라미드가 있다. 스핑크스와 거대한 석상들이 있으며, 카이로의 이슬람 건축물과 알렉산드리아의 오래된 흔적도 만난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나일강이다. 나일강은 광활한 사막을 지나며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강 주변에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도시와 문화를 만들어갔다.
그렇게 이어진 이집트의 역사는 한 시대에 머물지 않았다. 신왕국 시대에는 아스완과 룩소르에 거대한 신전과 왕들의 무덤이 남았고, 멤피스와 기자에서는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고대문명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카이로에는 새로운 아랍 왕조와 이슬람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나일강이 지중해와 만나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펼쳐졌다. 시대가 바뀌고 왕조와 종교가 달라져도 나일강은 계속 흘렀다.
[풍요의 강 나일]은 산수야 출판사의 ‘문명의 강’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가 세계의 중요한 강을 따라 사람들이 만들어온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면, [풍요의 강 나일]에서는 사막을 흐르는 강과 그 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오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피라미드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거대한 돌을 쌓아 만든 신비로운 건축물만이 아니라, 나일강 주변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오랜 문명의 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아부심벨 신전과 왕들의 계곡,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유적과 도시이지만, 그 곁에는 오랫동안 같은 강이 흘렀다. 수천 년 동안 왕조가 바뀌고 도시가 흥망하는 동안에도 나일강은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를 향해 흘렀다.
[풍요의 강 나일]은 그 물길을 따라 남쪽 아스완에서 북쪽 알렉산드리아까지 여행하며, 나일강과 함께 이어져온 이집트의 긴 역사와 문명을 쉽고 흥미롭게 만나는 책이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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