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정확하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힘도 중요하지만, 황제 혼자 거대한 나라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며, 가장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청나라의 옹정제는 사람을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었던 황제였다. 그는 1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재위 기간 동안 낡은 관습을 깨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출신이나 명망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했으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신하라도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디에서 왔느냐보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은 이런 옹정제의 통치와 용인술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사람을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누구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지, 믿고 맡긴 사람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주어야 하는지를 옹정제의 여러 선택을 통해 보여준다. 동시에 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강한 권력과 냉혹한 모습도 함께 살펴본다.
이 책에서 만나는 옹정제는 단순한 성군도, 냉혹한 권력자도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과감하게 등용한 황제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원칙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가까운 사람에게도 냉정했던 황제가 있다. 신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모습과 군주의 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난다.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닌 한 황제의 선택을 따라가면서 사람과 권력, 개혁과 통치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에서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을 움직이기 전에 자신을 다스렸다
옹정제의 인간경영을 이야기할 때 먼저 살펴볼 것은 다른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다.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다. 책의 첫 장은 ‘굴욕을 참는 인내’에서 시작한다. 발톱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때로는 작은 것을 버려 더 큰 것을 지키는 옹정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옹정제에게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다. 상황을 살피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면서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역사서를 읽으며 학(學)·문(問)·사(思)·판(辦)의 능력을 길렀다.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키우면서 통치자로서 필요한 능력을 다듬어갔다.
정치에서는 순간적인 감정보다 정확한 판단이 중요했다. 언제 앞으로 나아가고 언제 기다릴 것인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판단하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했다. 이런 모습은 옹정제의 통치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황제가 된 뒤에도 그는 사람과 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하게 행동했다. 때로는 기다렸고 때로는 먼저 움직였으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은 이런 모습을 통해 옹정제의 통치가 단순히 강한 권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황을 살피고 판단하는 과정과 함께했음을 보여준다.
출신과 명망보다 사람의 능력을 보았다
옹정제의 통치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을 쓰는 방식이다. 새로운 정치개혁을 추진하려면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옹정제는 인재의 출신이나 덕성, 명망만을 따지지 않았으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다면 활용하려 했다.
책의 제5장 ‘시대를 앞선 용인술’은 이런 옹정제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천하통치는 인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재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라’, ‘모든 격식을 혁파하라’, ‘인재를 의심하지 마라’와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사람을 한 가지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그 사람이 가진 장점까지 부정하지 않는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고 해서 다른 능력까지 쓸모없다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뽑았다면 적절한 일을 맡기는 것도 중요했다. 옹정제는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고 활용하려 했다. 결국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의 겉모습이나 이름값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람을 알아보고,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며,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쓰는 것. 이것이 옹정제가 개혁을 추진하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말보다 행동으로 낡은 관행을 바꾸려 했다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만으로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제도와 관행을 바꾸려면 실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옹정제는 관직사회에 만연한 악습을 없애고 실리적이며 진실하고 검소한 풍토를 만들려고 했다. 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제도를 명문화했으며, 작은 일부터 하나씩 바꾸어나가려 했다. 책의 제7장 제목이 ‘허명을 좇지 않는 실천’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옹정제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그럴듯한 명분이나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되었다. 책에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낫다’,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라’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말보다 실제로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관행을 바꾸는 일에는 언제나 반발이 따랐다. 기존 질서 속에서 권력과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개혁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 수도 있는 변화였다. 옹정제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런 기득권자들의 반발과 맞서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람을 등용하고 제도를 바꾸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강한 조치도 취했다. 그에게 개혁은 좋은 생각을 내놓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찾고, 일을 맡기고, 기존의 관행을 바꾸면서 실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었다.
개혁군주의 강함은 때로 냉혹함이 되었다
하지만 옹정제의 강한 추진력을 개혁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은 그의 뛰어난 용인술과 실천력뿐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냉혹한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책에는 ‘늑대의 지략’, ‘이중성격’, ‘인정사정없는 비정함’, ‘비정한 황제’, ‘권력놀음가’ 같은 장 제목이 등장한다.
옹정제는 원칙과 개혁을 위해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에게도 냉정해질 수 있었다. 가장 총애했던 신하에게 주었던 사랑과 정을 버려야 했고, 자신의 통치를 가로막는 강력한 신하의 권위를 빼앗기도 했다. 반란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여러 정치적 방법을 사용했다.
여기에서 옹정제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한쪽에는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과감하게 쓰는 황제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냉혹하게 다루는 황제가 있다. 두 모습은 서로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다. 강한 개혁을 추진했던 결단력은 때로 지나친 권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었고, 사람을 판단하고 활용하는 뛰어난 능력 역시 권력의 필요에 따라 냉혹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닭 옹정제의 인간경영을 읽을 때는 그의 성공적인 용인술만 바라보기 어렵다. 사람을 믿고 쓰는 것과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지, 원칙을 지키기 위한 강한 결단과 지나친 권력 행사는 어디에서 갈라지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옹정제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개혁을 추진한 통치자이면서 동시에 강한 권력을 행사한 황제였다. 그 두 모습을 함께 볼 때 그의 인간경영과 통치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을 잘 쓴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제대로 보는 일이다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의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때를 기다리라고 하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먼저 공격하라고 한다. 사람을 믿으라고 하면서도 충신과 간신을 유심히 살피라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기개를 강조하면서 때로는 더 큰 것을 위해 뜻을 굽히고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정치와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하나의 방법만 사용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을 믿고 일을 맡겨야 할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때도 있다.
옹정제는 이런 판단을 끊임없이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려 했고,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출신이나 겉으로 드러난 명망보다 실제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한 가지 단점만으로 사람 전체를 판단하지 않으려 했다.
동시에 말보다 행동과 실무를 중시했다. 낡은 관행을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반발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 결과 옹정제의 13년은 짧지만 강한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책은 옹정제를 완벽한 통치자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과 과감한 개혁이 있었던 반면 강한 권력과 비정함도 있었다. 인재를 믿고 활용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사람을 정치적으로 다루는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이 점에서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은 단순한 처세술이나 경영 지침을 넘어선다.
옹정제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그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선택했고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선택이 통치와 개혁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한다.
사람을 잘 쓴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과 연결된다. 출신이나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을 살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 모든 장점을 지워버리지 않아야 하며, 사람을 뽑았다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자리에 써야 한다.
옹정제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개혁을 추진했고, 강한 실천으로 정치를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용인술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냉혹하게 다룰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옹정황제의 인간경영학]은 그 두 얼굴을 함께 따라간다.
짧지만 굵었던 13년의 통치를 통해 옹정제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등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해 개혁을 추진했는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사람을 잘 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옹정제의 선택과 통치는 그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많은 판단과 책임을 요구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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