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웠는데 어디선가 작은 요정 하나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손에는 반짝이는 요술 지팡이를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살며시 눈꺼풀을 눌러주는 꿈의 요정일 수도 있고, 장난을 치려고 침대 곁에 몰래 숨어 있는 심술쟁이 요정일 수도 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요정이 있는가 하면, 엉뚱한 마법을 부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요정도 있다.
산수야 출판사의 책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진 요정들이 가득하다. 키 작은 요정과 키 큰 요정, 아름다운 요정과 못생긴 요정, 똑똑한 요정과 어리석은 요정이 차례로 나타난다.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좋아하는 요정도 있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현자처럼 지혜로운 요정도 있다. 그래서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도 다음에는 어떤 요정이 나타날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이 책에는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백여 년 전에 쓴 요정 이야기 50편이 담겨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 찰스 킹슬리의 '물의 아기'처럼 널리 알려진 작품부터 루이자 메이 올컷의 '요정 나라에 간 에바', 루이스 캐럴의 '브루노의 복수', 에디스 네스빗의 '모래 요정과 아이들'처럼 개성 넘치는 요정들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조지프 제이콥스와 앤드루 랭 같은 민속학자들이 쓴 요정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마법을 부리는 요정도 있고,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요정도 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는가 하면 심술궂은 장난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들을 신비로운 요정 나라로 데려간다.
오늘 밤에는 과연 어떤 요정이 찾아올까. 그 궁금증을 품고 책장을 펼치면 신기하고 엉뚱한 요정들의 이야기가 하나둘 시작된다.
착한 요정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재미있다
요정이라고 하면 흔히 작고 예쁜 날개를 달고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그렇게 한 가지 모습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요정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반대로 사람을 골탕 먹이고 심술궂은 장난을 즐기는 요정도 있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요정이 있는가 하면 엉뚱하고 어리석은 요정도 있으며,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요정이 있는가 하면 인간이 직접 요정 나라를 찾아가 만나게 되는 요정도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펼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여름 밤의 꿈'을 비롯해 '멜리장드 공주의 소원', '검은 지팡이 요정' 같은 이야기에서는 신기한 마법을 만날 수 있고, '요정의 심술과 찻주전자'나 '프랑스의 장난꾸러기 요정 퍽'에서는 심술궂고 장난기 많은 요정들이 소동을 벌인다.
하지만 요정들의 장난은 단순히 재미있는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뜻밖의 곤란을 겪기도 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이 요정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벗어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왜 요정이 저런 장난을 쳤는지 궁금해하고, 주인공이 곤란해지면 함께 걱정한다. 착한 요정이 나타나 도움을 주면 안심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면 다음 장면을 궁금해한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요정들이 저마다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50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같은 요정을 반복해서 만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번에는 착한 요정일까, 장난꾸러기 요정일까. 이 작은 궁금증이 다음 이야기를 펼치게 한다.
요정과 아이가 만나면 평범한 하루도 모험이 된다
요정 이야기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평범한 아이의 일상에 요정이 불쑥 나타날 때다.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에도 아이들과 요정이 만나는 이야기가 여러 편 담겨 있다. '아기와 꿈의 요정들', '요정 나라에 간 에바', '베티와 숲의 요정', '침대 커버 요정', '푸크 언덕의 요정 퍽'처럼 아이들의 일상 가까이로 요정들이 찾아오는 이야기들이다.
요정이 나타나는 순간 익숙했던 세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평범한 숲이 요정이 숨어 사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하고, 매일 잠들던 침대에서도 새로운 모험이 시작될 수 있다.
때로는 사람이 직접 요정 나라로 들어가기도 한다. '요정 나라를 찾아간 소년', '머독의 언덕, '신기한 연고', '브루노의 복수' 같은 이야기에서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 낯선 세계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규칙이 그대로 통하지 않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읽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상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우리 집에도 요정이 숨어 있으면 어떨까?, 내가 요정 나라에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요정이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면 무엇을 부탁할까?
책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이의 상상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것이다. '모래 요정과 아이들'이나 '날마다 크리스마스'처럼 소원과 마법을 다룬 이야기 역시 그런 상상을 더욱 넓혀준다. 바라던 일이 마법처럼 이루어지는 순간에는 신이 나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웃고 놀라고 때로는 안타까워한다. 주인공의 선택을 보면서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도 생각해본다. 이야기가 먼저 재미를 주고, 생각은 그 뒤를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오래전에 태어난 요정들이 오늘의 아이들을 찾아오다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의 또 다른 즐거움은 여러 작가가 만들어낸 서로 다른 요정의 세계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이 있는가 하면 찰스 킹슬리의 '물의 아기'가 있고, 루이자 메이 올컷과 루이스 캐럴, 에디스 네스빗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조지프 제이콥스와 앤드루 랭 같은 민속학자들이 쓴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책 속의 요정 세계는 한층 다양해진다.
작가가 달라지면 요정의 모습도 달라진다. 어떤 작품에서는 요정이 신비로운 마법의 주인공이 되고, 어떤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친구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을 도와주는 요정이 있는가 하면 장난을 벌이며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요정도 있다.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마법을 사용하는 요정들’, ‘아이들과 요정들’, ‘도움을 주는 요정들’, ‘요정들의 심술궂은 장난’, ‘요정 나라를 찾아간 사람들’, ‘요정이 들어주는 소원’으로 나누어 담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늘은 신기한 마법이 궁금하다면 마법을 사용하는 요정들의 이야기를 골라도 좋고, 재미있는 소동을 읽고 싶다면 장난꾸러기 요정을 찾아가도 된다. 요정 나라로 모험을 떠나고 싶은 날도 있고,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을 만나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한 편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도 50편의 짧은 이야기가 모인 책이 가진 즐거움이다. 백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이지만 요정이 나타났을 때의 설렘과 마법이 시작될 때의 기대감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오래전 작가들이 상상했던 요정들이 긴 시간을 건너 오늘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마음도 함께 자란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으며 먼저 재미를 느낀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면 걱정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면 함께 기뻐한다. 욕심 많은 사람이 곤란한 일을 겪는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 힘없는 주인공이 용기를 내는 장면에서는 마음속으로 응원하기도 한다.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에 담긴 이야기들도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어떤 이야기는 용기를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는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들려준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요정을 만나기도 하고, 장난과 실수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요정과 함께 모험하고, 마법을 상상하고,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을 재미있게 따라가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인물의 마음을 생각하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떠올리게 된다.
상상도 그 과정에서 자라난다. 요정의 모습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는 이야기 속 설명을 따라 자신만의 요정을 그려볼 수 있다. 요술 지팡이는 어떤 모양인지, 요정 나라는 어디에 있는지, 자신에게 찾아올 요정은 어떤 성격일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
이야기는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아이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아이는 웃고, 놀라고, 걱정하고, 안도하면서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이 오래된 요정 이야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이유다.
잠들기 전, 오늘의 요정 한 편을 만나보자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는 아이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잠들기 전 부모가 한 편씩 읽어주기에도 잘 어울린다. 이불 속에 누워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로 듣는 요정 이야기는 낮에 혼자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방 안의 불빛을 낮추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숲속의 요정도, 침대 곁에 찾아온 꿈의 요정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책에는 각 이야기마다 리딩 타임이 수록되어 있어 그날의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고를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한 날에는 조금 긴 이야기를 읽고, 아이가 금세 잠들 것 같은 날에는 짧은 이야기를 선택하면 된다.
“오늘은 어떤 요정을 만나볼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야기를 고르는 것부터 잠자리 독서는 시작된다. 마법을 부리는 요정이 좋을 수도 있고, 장난꾸러기 퍽이 궁금할 수도 있다. 모래 요정을 만나 소원을 빌어보고 싶은 날도 있고, 요정 나라로 직접 모험을 떠나고 싶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다 읽은 뒤에는 꼭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도 좋다. 어떤 요정이 가장 재미있었는지, 자신에게 요술 지팡이가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면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부모와 아이의 대화 속에서 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에는 착한 요정만 살고 있지 않다. 장난꾸러기도 있고 심술쟁이도 있으며, 지혜로운 요정과 어리석은 요정도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이 책의 요정 나라는 더 재미있다. 어떤 요정을 만나게 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와 찰스 킹슬리, 루이자 메이 올컷과 루이스 캐럴, 에디스 네스빗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이 남긴 오래된 이야기 속 요정들은 그렇게 긴 시간을 건너 오늘의 아이들을 찾아온다. 그리고 잠들기 전 읽은 이야기는 책장을 덮는다고 바로 끝나지 않는다. 조금 전 만났던 요정이 꿈속에서 다시 나타날 수도 있고, 아이가 상상한 새로운 요정이 그 뒤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다.
오늘 밤에는 어떤 요정이 찾아올까. [요술 지팡이와 마법의 가루]의 책장을 펼치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떠나는 작은 요정 나라 여행이 시작된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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