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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안고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어떤 이별은 오랜 시간 마음의 준비를 하며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어제까지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나면 슬픔과 함께 여러 가지 마음이 남는다. 함께했던 즐거운 시간을 떠올리다가도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말이 생각나고, 조금 더 잘해 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때 왜 화를 냈을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후회가 이어지면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미처 전하지 못한 말도, 다시 하고 싶은 인사도 마음속에 남을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을 어떻게 간직하며 살아갈 것인지 배워가는 일이기도 하다.

산수야 출판사의 성장소설 [출발의 시간]은 이러한 이별과 상실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소녀가 슬픔과 후회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멈춰 버린 일상에서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며, 상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고 사람은 다시 새로운 시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들려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겨진 마지막 말

[출발의 시간]의 주인공 마우스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집을 비우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아버지가 보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마다 서운한 마음이 쌓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실망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 함께 자리 잡기도 한다.

마우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마우스는 크게 화가 나고,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낸다. 그러나 그 편지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될 줄은 알지 못했다. 얼마 뒤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마우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함께 깊은 후회가 남는다.

마우스는 자신이 보낸 편지 때문에 아버지에게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원망했던 마음이 잘못이었다고 여기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말을 전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오랫동안 자신을 탓한다.

누군가를 잃은 뒤에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수많은 순간 가운데 유독 마지막 기억이 크게 남을 때가 있다. 함께 웃었던 날도 많았고 서로를 아끼며 보낸 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화를 냈거나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면 그 기억이 다른 모든 순간을 가려 버리기도 한다.

마우스 역시 아버지를 사랑했던 마음보다 자신이 보낸 편지에 더 오래 붙잡혀 있다. 아버지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그날의 편지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꿀 수는 없다.

[출발의 시간]은 이처럼 이별 뒤에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고 진실하게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만큼이나 마지막으로 전한 말과 행동을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큰 아픔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후회가 한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지를 마우스의 모습을 통해 들려준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들

[출발의 시간]에는 마우스의 현실과는 다른, 낯설고 신비로운 공간이 등장한다. 이름을 잃어버린 소녀가 찾아온 낡은 호텔이다. 호텔에는 여우와 쥐가 살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다. 바람이 불면 종이 조각들이 날리고, 소녀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낯선 공간을 돌아다닌다.

마치 꿈속에서 만난 듯한 이 호텔은 처음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그곳의 풍경이 마우스의 마음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큰 슬픔을 겪으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운지, 어떤 기억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지 알면서도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과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와 어디서부터 마음을 정리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마우스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과 마지막 편지에 대한 후회, 다시는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는 슬픔이 뒤섞여 있다. 소설 속 호텔에 흩어진 종이 조각들은 그렇게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들처럼 보인다. 이름을 잃어버린 소녀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며 잊고 있던 기억과 마주한다. 그리고 독자는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마우스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슬픔과 후회를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상처를 마주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잊고 싶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하고,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 아픈 기억을 천천히 돌아볼 필요도 있다.

[출발의 시간]은 이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이어지는 동안 독자도 마우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슬픔 속에 멈춰 있던 시간이 어떻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지켜보게 된다.

사랑과 후회는 같은 마음속에 남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수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나 후회스러운 말이 그 사람을 향한 모든 마음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서운할 수 있고, 보고 싶어 하면서도 원망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마우스가 아버지에게 화를 냈던 것도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기다리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에게 더욱 서운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마우스는 그날의 감정만을 떠올리며 자신을 탓한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다른 시간들보다 마지막 편지가 더 크게 느껴지면서, 자신의 잘못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믿게 된다.

[출발의 시간]은 그런 마우스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사랑과 원망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슬픔과 후회 속에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소녀의 모습을 조용히 따라간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은 지나간 일을 없었던 것처럼 여기거나 잘못을 모두 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때의 자신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돌아보고, 후회스러운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자신이 나누었던 사랑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마우스에게도 이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서운함이 함께 있었음을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한 장이 아버지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마우스는 자신이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기억을 조금씩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함께했던 따뜻한 시간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이 들려주는 성장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성장은 아픔을 겪은 뒤 이전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 때문에 외면했던 마음을 다시 바라보며, 부족했던 자신까지 받아들이는 과정도 성장일 수 있다.

이별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시간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헤어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하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간과 작별하기도 한다. 이별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시간이 마음속에 흔적을 남긴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아 있다. 어떤 기억은 오래도록 아픔으로 남고,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 그리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출발의 시간]은 이러한 이별을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의 시작으로 바라본다. 작품의 원제인 [Vertrektijd]는 ‘출발의 시간’이라는 뜻이다. 출발이라는 말에는 한곳을 떠난다는 의미와 함께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순간은 함께했던 시간의 끝이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다.

마우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일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 대한 후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마주하는 동안 마우스는 슬픔 속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시간에 담겨 있던 사랑과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해서 그 사람과 나누었던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함께했던 시간은 기억으로 남고, 그 사람이 전해 준 마음은 살아가는 동안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그런 기억이 슬픔을 불러오지만, 다른 날에는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마우스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버지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출발의 시간]은 그렇게 이별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슬픔을 안고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슬픔의 크기도,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일상을 되찾고, 누군가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마음이 아파지기도 한다.

그러나 슬픔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슬프게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웃을 수 있고, 아픈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출발의 시간]이 들려주는 희망이 그런 모습일 것이다. 이 작품에는 모든 슬픔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놀라운 기적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후회와 아픔을 받아들이며, 다시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찾아가는 소녀가 있다.

마우스의 변화는 조용하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아버지를 잃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서운함을 느끼고, 화를 낸 뒤에는 후회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미 지나간 일을 자꾸 떠올리며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출발의 시간]은 그런 마음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고 실수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후회스러운 기억이 있다고 해서 그동안 나누었던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마우스의 슬픔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기억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이나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후회가 떠오를 수도 있고, 잊고 지냈던 따뜻한 순간을 다시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는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에 남는다. 오래전에 들었던 음악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듯,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러 있던 기억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것처럼 말이다.

산수야 출판사의 성장소설 [출발의 시간]은 상실과 후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용서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삶은 계속되며, 슬픔을 품은 채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들려준다.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 사람, 지나간 일을 오래도록 후회해 본 사람,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마우스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새로운 출발은 모든 아픔이 사라진 뒤에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슬픔이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는 어느 날, 그 슬픔을 안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순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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