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공부를 아주 잘하지도 못하고, 운동에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라면 어떤 학생으로 살아가게 될까. 눈에 띄는 장점이 없고 성적도 평범하다면, 괜히 주목받기보다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는 편이 마음 편할 수 있다. 친구들과 다투거나 어려운 일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학교생활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힘의 질서가 있고, 때로는 부당한 일을 보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괜히 나섰다가 자신까지 피해를 볼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모른 척하는 일이 마음 편한 것도 아니다.
산수야 출판사의 성장소설 [어린 사자의 시간]은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권오단 작가는 1990년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성적도 좋지 않고 힘도 약한 세 친구가 정글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가 조금씩 자신만의 용기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공부를 잘해 선생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도 아니고, 힘으로 친구들을 제압하는 학생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하는 아이들이다.
작품은 그런 아이들을 정글 속의 초식동물에 비유한다. 힘센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초식동물은 늘 주변을 살피고 위험을 피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힘이 약한 학생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일 때가 있다. 누군가 부당하게 행동해도 맞서기 어렵고, 잘못된 일에 끼어들었다가 자신이 다칠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던 세 친구 앞에 모른 척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자신들의 안전만 생각하면 피하는 편이 낫겠지만,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외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과연 평범한 아이들은 정글 같은 학교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 낼 수 있을까?
1990년, 교복 자율화 시대의 고등학교
[어린 사자의 시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1990년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낯선 시대다.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력고사를 준비했고,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성적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될 것 같은 압박을 받았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등학교는 교복 자율화 시대의 학교다. 오늘날과는 학생들의 옷차림이나 생활 모습이 다르고, 친구들과 연락하고 어울리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겪는 고민까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당시에도 학생들은 시험 성적 때문에 걱정했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싶어 했다. 누군가는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주목받았고, 누군가는 힘이 세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학생들은 자신이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어린 사자의 시간]에 등장하는 세 친구도 그런 학생들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공부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며, 학교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해서 자존심까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쉽게 답을 찾지 못할 뿐이다.
특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는 일이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쉽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앞서 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성적이 낮은 학생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직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을 충분히 알아보지도 못한 청소년들이 시험 점수만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발견하는 시기도 다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학교에서 특별히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권오단 작가는 이러한 평범한 학생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늘 뛰어난 학생이나 강한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때로 정글처럼 험난하지만, 그 안에는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만들어 가는 즐거운 시간도 있다.
정글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간다는 것
정글에서 초식동물이 살아남으려면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힘센 동물이 가까이 오면 몸을 피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먼저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 무작정 맞서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힘이 센 학생이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학생과 마주쳤을 때, 평범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문제없이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린 사자의 시간]의 세 친구도 처음부터 용감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학교생활을 무사히 보내고 싶어 한다. 자신들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는 쉽게 나서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겁이 많고 소극적인 학생으로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청소년답게 장난도 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엉뚱한 일에 휘말린다. 작품의 차례에 등장하는 ‘웰컴 투 더 정글’, ‘초식동물로 사는 법’, ‘슬픈 미팅’, ‘한여름밤의 추억’ 같은 제목에서도 학교생활의 다양한 모습과 유쾌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즐겁지만, 정글 같은 학교에서는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당한 일을 목격하거나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 모른 척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괜히 나섰다가 더 큰 문제를 만들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러나 그렇게 지나친 일이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도 있다.
세 친구는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살아남는 일만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힘이 약한 사람도 용기를 낼 수 있는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옳다고 믿는 일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친구를 위해 나서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자신보다 강한 상대가 관련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누군가 먼저 행동하기만을 기다릴 때가 있다. [어린 사자의 시간]의 세 친구도 그런 갈등을 경험한다.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고 싶었던 아이들이지만, 친구의 어려움을 마주하면서 자신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정의 바이러스’, ‘창식이 구출작전’, ‘정의를 위하여’, ‘정의의 대가’,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목들이 이어진다. 이 제목들만 보아도 세 친구의 학교생활이 단순한 일상의 소동에서 벗어나, 친구를 위해 행동하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이야기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창식이 구출작전’이라는 제목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게 되는 상황을 예고한다. 평소에는 자신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제 친구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 친구가 갑자기 강한 영웅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두렵고, 자신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때로는 무모한 선택을 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는 처음부터 두려움이 없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려는 마음에서도 용기가 시작된다.
작품이 보여 주는 정의 역시 거창한 구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까운 친구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모른 척하지 않는 일,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일처럼 학교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연결된다.
물론 옳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과만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정의의 대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일에는 책임과 부담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지나면서 세 친구는 조금씩 깨닫게 된다. 자신이 강한 사람인지 약한 사람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전교 1등이 아니어도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린 사자의 시간]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우정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미래를 바라보며 느끼는 불안도 함께 다룬다. 1990년의 학생들에게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성공적인 삶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처럼 여겨졌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을 느끼기 쉬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평범한 학생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보다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찾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보면 부럽고, 뚜렷한 목표를 가진 친구를 보면 자신만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생의 길은 시험 성적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일이 다르고, 잘할 수 있는 일도 다르며,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서로 다르다.
[어린 사자의 시간]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성장의 의미를 찾는다. 전교 1등이 아니어도 친구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힘이 약해도 부당한 일에 맞설 수 있다. 남들보다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상처받으며, 때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세 친구가 학교생활에서 겪는 여러 사건은 공부와 성적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친구를 위해 행동하는 용기나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는 마음은 시험 점수로 나타낼 수 없는 소중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청소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남보다 앞서가는 방법만 배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달라져도 청소년의 고민은 닮아 있다
1990년의 고등학교와 오늘날의 학교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시 학생들은 학력고사를 준비했고, 지금의 청소년들은 다른 입시 제도와 교육 환경 속에서 공부한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졌고, 학교 밖에서 접하는 정보와 문화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러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청소년들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불안해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충분히 알기도 전에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어린 사자의 시간]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어 준다.
1990년을 경험한 어른들에게는 이 작품 속 학교생활이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학력고사를 준비하던 교실의 분위기와 친구들과 어울리던 시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자신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른들도 처음부터 자신의 길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걱정하고 친구들과 갈등하며 미래를 불안해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대가 다르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 같은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경쟁과 관계의 문제에는 과거와 다른 모습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에는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어린 사자의 시간]은 이러한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평범한 학생들의 일상을 중심에 놓았기 때문에 특별한 성공이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다른 시선을 보여 준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
우리는 흔히 사자라고 하면 강하고 용맹한 동물을 떠올린다. 정글에서 다른 동물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처럼 살아간다는 말은 때로 남보다 강해지거나 경쟁에서 승리하는 삶을 뜻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어린 사자의 시간]에서 사자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작품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몸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강한 사람만이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 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길 수 있는 힘만이 아니다. 두려움을 견디고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마음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자가 되어 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거나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는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만 맞추어 살아가지 않으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세 친구가 처음부터 사자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누구나 두려운 상황에서는 망설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뒤늦게 후회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조금씩 알아가는 일이다.
[어린 사자의 시간]은 평범한 아이들이 바로 그 과정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처음에는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피하는 데 익숙했던 아이들이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잘못된 일에 맞서기 위해 행동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그 변화는 세상을 단번에 바꾸는 거창한 승리와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두려움을 넘어 한 번이라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여 본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경험이 된다.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는 어린 사자의 시간
청소년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기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을 따라가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어린 사자의 시간]의 세 친구도 그런 시간을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힘에 따라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겪는 여러 사건은 이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공부를 잘하거나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평범하고 약한 사람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킬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지키고 싶은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권오단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무겁고 엄숙한 이야기로만 그리지 않는다. 정글 같은 학교에서 살아남으려는 초식동물들의 좌충우돌 소동을 통해 웃음과 긴장을 함께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벌이는 엉뚱한 행동과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이끌면서도, 그 안에서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공부를 잘하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때로는 두렵고 자신감이 없어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작은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1990년의 교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세 친구도 처음에는 자신들이 사자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위험을 피하고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치고 싶었던 평범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 나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고,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 아이들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세상 앞에 서게 된다.
사자가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강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내고,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두렵더라도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정글 같은 학교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던 세 친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그 선택을 지나온 아이들은 이전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어쩌면 어린 사자의 시간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평범한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친구의 곁에 서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바로 그 순간에도 어린 사자는 자라고 있다. © 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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